남편이기 이전에 목사이며, 목사이기 이전에 남편이어야하는 조화시키기
어려운 사람이 나의 남편이며, 사랑하는 교회의 목사입니다.
사모보다도 심적 부담감이 매우 크리라 생각합니다.
목회자의 아내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너무 좋아서
결혼을 했습니다.
신혼 초부터 계속되는 철야기도, 기도원, 학교, 세미나..............
어쩌다 집에 있는 날은 하루종일 책과 씨름하던 사람이 나의 남편이었습니다.
신학교 학생 시절에 결혼을 하고 어느덧 이십년이 되었습니다.
남편이며, 학생이던 때가 불과 몇년전 인것 같은데 ..............
세월이 흘러 목사가 되었습니다.
나의 남편은 무슨 일을 하면 주변것에 대하여는 별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고
다정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때론 차갑고 엄한 타입입니다.
목사에게 남편을 뺏긴 남편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가졌을 텐데 ,
솔직히 말해서 그런 마음이 별로 없었습니다.
혹시 그런 문제로 섭섭했던 적이 있었던가?........
기억 속을 휘젓고 다니면서 한 건 찿아내서 박아지를 긁고 십고 항의도
해보고 싶지만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잡히질 않습니다.
설교 준비가 잘 안 되는지 괴로워 하고 뒤척이는 모습,
혼자서 말없이 목회의 짐을 지고 삭히는 모습,
좀 어려운 일이 있다 싶으면 담요 하나 들고 기도원에서 며칠이고 부르짖고
쉰 목소리로 돌아오던 모습,
사십이 훨신 넘은 나이에도 어린 양들을 먹이고, 양육시키기 위해 말씀을 연구하고
밤이 늦도록 책과 씨름하며 눈이 충혈되는 모습,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교회를위해,
이 지역의 소외된자들과, 가난한자들과, 독거 노인들........을 위하여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자활 할 수 있는 비결과 방향을 제시하고자 ..........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모습.
이런 모습들이 오히려 나의 마음을 훈훈하고 감사하게 만듭니다.
남편으로서 몇 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
혹시 내가 알면 마음 아파할까봐 굳게 입 다물고 아무것도 내색하지 않는
것이 나의 남편 사랑 방식인거 같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아이들이 잘 때 슬며시 방에 들어가서 자는 아이들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 하는 남편이 목사라서 싫어본 일이 없습니다.
변변한 선물 하나 받아본 기억이 없지만 ..........
매일 똑같은 메뉴가 올라와도 반찬 투정 한번 한 일이 없는 그것만 봐도
그는 나의 좋은 남편임에 틀림없습니다.
성도들이 어려움 당하고 아파 할때 아버지의 마음으로 주님 앞에 무릎 꿇는
모습만 봐도 그는 좋은 목사임에 틀림없습니다.
피곤한 몸을 일으켜 새벽기도회를 위해 교회로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자주 이렇게 말을합니다.
" 여보! " 좋은 남편이 아니라도 좋으니 좋은 목사로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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